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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

미래산업정보원/국가보안단상

by Dr. PARK 2015. 9. 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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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다. 전체 글을 올린다

꽃게가 간장 속에 /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 어찌할 수 없어서 /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한때의 어스름을 /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어떻게 '요리되는 게'를 바라보며 인간의 모성애를 투영하는지 시인의 감수성이 놀랍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마음이 먹먹해졌다. 시인의 힘은 똑 같은 것에서 남들과 다른 것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인의 관점(Point of view)의 변화가 기가 막히다. 시인은 이렇게 꽃게의 마음까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데,

필자는 서로 말이 통하는 사람 마음도 읽지 못하니 한 인간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필자가 직장에 다닐 때이다. 같은 조직에 근무하는 외주업체 근무자가 업무가 미숙하거나 태도가 조직 성격에 맞지 않으면 인원교체를 요구하곤 했다.

빠른 대응이 없으면 업체를 혹은 그 직원을 무척 냉정하게 대하기도 한다.

상사들 중엔 사무적으로 냉정하게 처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분들도 계셔서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더 그런 경우도 있다.  

필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라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외부업체 직원이 정확한 지식으로 옳은 판단 을 했을 때도 오히려 다른 사안을 문제 삼으며 옳은 판단을 묵살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되는 건 내부 사고가 터지면 선입견이 바탕이 되어서인지 세밀한 조사를 거치지 않고 외주업체를 문제 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고를 깊이 고민해 보면 외주업체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의 문제였던 적도 있다.

예를 들면 전문가인 외주업체 직원이 비전문가인 정규직에게 보고하고 결재받는 구조가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인 경우다.
합리적인 일처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정규직 간부가 이해를 못하거나 트집을 잡아 반려하는 경우가 잦으니,

당연히 결재가 수월한 보고를 하거나 왜곡된 보고를 하는 경우가 있고 이런 반복된 패턴이 급기야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자신보다 못한 위치에 있다고 여겨지는 직원의 능력을 근거없는 '오만함'으로 묵살한 결과는 경우에 따라선 대단히 치명적이다.

하나의 예로 들었지만, 이것 역시 '역지사지'의 마음이 없었던 까닭인 것이다.

심리학을 공부한 적은 없는 필자지만, 사람마음은 참 헤아리기 어렵다.  겉으로 자신보다 부족해 보인다는 사실,

그리고 그다지 능력을 보장하지는 못하는 학력, 경력, 회사내에서 가지는 신분에 따라 사람을 깍아 내리려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심리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조직의 소통을 막는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본다.

문학가들이 갖는 시점 혹은 관점에는 대표적으로1인칭 시점, 3인칭 시점이 있다. 3인칭 시점은 '나'의 시선에서 '그'의 시점으로 이동해 바라보는 것이다.

어떤 일의 담당자가  '다양한 관점의 자리'에 앉아보고, 직원들 입장을 잘 이해하는 노력을 한다면 아마 업무적으로 크든 작든 발생가능한 에러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인만큼의 감수성과 관점 이동 능력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요리되는 어미 꽃게'의 심정까지 헤아리지는 못하더라도 바쁜 일상 속 잠깐이라도 아무 편견없이 내 옆의 동료 마음을 헤아려 보자.

그리고 편견없이 말을 걸고 들어보자.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도 보안담당자의 필수 능력이다.

<보안단상은 말 그대로 '생각나는 대로 스쳐가는 생각'입니다. 떠오른 생각을 가감없이 쓰는 글이고, 보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작업입니다.

독자들께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이병관  bngkwn9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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